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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출산주의 논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서, 끝내 남은 한마디Insight 2025. 12. 1. 22:56반응형

비출산주의의 날카로운 칼날 앞에서 끝내 지키고 싶은 한 조각 마음
비출산주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항상 가슴이 쿡 찌른다.
“동의 없이 존재를 강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이 문장은 정말 반박이 어렵다. 나도 태어날 때 허락받은 적 없으니까.
그런데 머릿속에서 자꾸 반박하고 싶고, 다른 입장에 서고싶어진다.
그래서 잠깐 반박하고자 하는 시작점이란건, 2가지였다.
"존재하기 전에 존재에게 동의를 구할수 있는가?"
"과연 불행하기만 할까?"
그래서인지 그 문장을 읽고 나면 항상 똑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는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논쟁하러 나온 게 아니다. 그냥 내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놓으려 한다.
1.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다

2023년 한국아동패널조사, UNICEF 아동 행복도 조사, 하버드 대학 85년 장기 추적 연구까지 모두 같은 결론을 내린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착과 안정감을 받은 아이들은 압도적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답한다.
놀이터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4~5살 아이들이 미끄럼틀 타면서 까르르 웃고, 아빠 어깨에 업혀서 “더 높이!” 외치고, 엄마한테 달려가 “사랑해” 하며 안기는 모습. 그 눈빛은 거짓이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가난, 학대, 방임, 무책임한 불장난으로 태어난 아이들. 그건 분명 고통이다.
하지만 그건 출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무책임한 출산의 문제다.
사랑할 준비가 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린 시절만큼은 진짜 행복하다.
이건 통계가 아니라, 우리 모두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현실이다.
다시한번 말하자면, 그저 젊은 남여의 불타는 사랑으로 인한 실수로 생긴 생명말고서는,
보통 가정에서의 자식들은 적어도 어릴때는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다.
2. 존재하기 전의 존재에게 “동의”를 묻는다
비출산주의의 제일 무서운 한 방: “태어나기 전에 동의를 못 받았으니 폭력이다.”
겉보기엔 무시무시하게 날카롭다. 근데 진지하게 따져보면 이 전제가 철학적으로 완전히 성립 불가능하다는 게 금방 드러난다.
1. 동의라는 행위는 존재하는 주체가 해야만 의미가 있다 철학 101 수준이다.
- 의식
- 자아
- 선호
- 거부 능력
이 모든 게 있어야 동의/거부가 성립한다. 태어나기 전에는? 그런 주체가 아예 없다. 0이다. 공백이다. 아무것도 없다.
없는 사람에게 “너 태어나도 괜찮아?”라고 묻는 건 빈 방에 대고 “여기 들어와도 돼?”라고 묻는 것과 똑같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건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의 전형이다.
2.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권리”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게 권리가 있을 수 없다. 그건 철학사에서 수백 년 동안 반복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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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쿠로스: “우리가 있을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있을 때 우리는 없다.”
- 하이데거: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은 아무것도 아닌다.”
- 현대 윤리학: 비존재(non-being)는 도덕적 지위(moral standing)를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동의를 침해했다”는 말은 문법적으로는 맞는 문장처럼 들리지만 철학적으로는 완전한 넌센스다.
한마디로 “존재하기 전의 나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말은 겉멋만 잔뜩 들어간 철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주장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비출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상태가 부정적인 생각으로 쌓여있어서 결과론적으로 rewind 해서 애기였을때까지 시간을 돌려놓고 말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불행한 내가 “그때 물었어야지”라고 하는 건 결국 후향적 감정 투사일 뿐이다 지금 내가 힘들고 외롭고 삶이 괴로워서 그 책임을 “당신이 나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과거로 돌리는 감정의 메커니즘이다. 철학적으로는 역사적 오류이자 존재론적 착오다. 그때는 ‘나’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물어볼 수도, 답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지금의 내가 그 공백을 채워서 가상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뿐이다.
3. 존재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순간들

비출산주의의 비대칭 논리는 차갑게 완벽하다.
- 고통이 없는 건 좋다 (존재하지 않아도)
- 기쁨이 없는 건 나쁘지 않다 (아쉬워할 주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늘 같다. “태어나지 않는 게 언제나 더 낫다.”
나는 그 결론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가슴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왜냐고?
만약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몰랐을 테니까.
- 13살 겨울, 첫눈 오는 날 친구들이랑 뛰쳐나가 손이 얼어서 시뻘겋게 되도록 눈사람 만들던 그 설렘
- 19살, 좋아하던 선배한테 처음으로 고백받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그날 밤
- 23살, 밤새 술 마시고 새벽 5시에 친구들이랑 바다 보러 가서 해 뜨는 거 보면서 울었던 순간
- 27살, 죽어라 준비한 취업성공 합격 문자 받고 혼자 방에서 방방 뛰며 울었던 날
- 언젠가 정말 사귀고 싶던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성공해서 집에서 예쓰!! 라고 외치던 날
이 모든 게 없었다. 그리고 그 부재를 내가 슬퍼할 일도 없었겠지. 그걸 알면서도 지금의 나는 그걸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돈다.
고통만 계산하고 기쁨은 계산에서 아예 빼버리는 순간 삶의 저울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4. 고통은 확정적이지만, 기쁨도 충분히 실재한다

비출산주의는 늘 말한다. “늙고, 병들고, 잃고, 죽는 건 100%다.”
맞다. 나도 그걸 안다. 사랑하는 가족이 나이가 먹어서 떠나던 날, 첫사랑과 헤어지던 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수많은 밤을 다 기억한다.
하지만 그 고통만큼이나 또렷이 기억나는 게 있다.
- 내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그때 친구가 “야,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툭 던진 한마디에 다시 일어섰던 순간
- 실패하고 울고 있는데 엄마가 말없이 된장찌개 끓여주던 그 냄새
- 5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해서 결국 원하는 곳에 들어갔을 때 온몸으로 터져 나온 성취감
고통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충분히 실재했고, 충분히 강렬했다.
왜 고통은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보는데 기쁨은 늘 일시적이고 사소한 것으로만 취급되는 걸까.
5. 결국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의 차이

나는 비출산주의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정말 고통투성이니까. 그 시선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나도 그 눈을 몇 번은 가졌었다.
매번 실패를 할때고, 대학교를 예비로 붙었을때 그순간,
취업할때 여러번 떨어지던 순간,
등등 그때마나 눈물도 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왜 나에게는? 이라는 생각을 하며 불행이다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지옥"이라는 걸 보면서, 현실이 곧 지옥이지 않을까? 이런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다른 눈을 가지고 산다.
- 세상은 고통이 많지만, 그 사이사이에 기쁨이 숨어 있는 곳이다.
- 사람은 고통만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고통을 뚫고 기쁨을 찾아내는 존재다.
- 사랑은 누군가를 아픈 세계로 밀어 넣는 게 아니라, 함께 웃고 울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가정이 곧 행복이고, 행복한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산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 믿음이 진심이라면, 그 길이 그 사람에게는 옳다.
반대로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비출산주의가 그 사람에게는 옳다. 그 선택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둘 다 맞다. 둘 다 진심이다.
다만 나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쪽을 택했고 그걸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 비출산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씁쓸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까지 아프게 보일 수 있다는 게 그냥 조금 아프게 다가온다.
그뿐이다.
다시 한번 더
나는 비출산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지 안다. 그들이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진심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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