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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서양,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Insight 2025. 6. 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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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영어를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걸 넘어서, 영어식 표현이나 문장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언젠가 호주 이민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꾸 멈칫하게 된다.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순간이 생각보다 너무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날짜를 쓸 때도 우리는

    2025년 6월 30일”이라고 적지만,

    영어권에서는 “June 30, 2025” 혹은 “30/06/2025”처럼 적는다.

    주소도 우리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23-4”라고 큰 것부터 쓰지만,

    영어 주소는 “123-4 Samsung-dong, Gangnam-gu, Seoul”처럼 작은 것부터 쓴다.

    단어 하나하나는 어렵지 않은데, 표현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다.

    더 들어가 보면 식습관도 그렇다. 한국은 밥과 국, 반찬을 한 상에 놓고 함께 나눠 먹는다. 반면 서양은 개인 접시에 메인 요리를 따로 담아 먹는다. 우리는 “같이 먹는 분위기”를 중시하고, 서양은 “각자의 식사”가 자연스럽다.


    📌 단순한 문화 차이일까?

    처음에는 그저 언어권이나 전통의 차이겠거니 했다. 영어권은 원래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우리는 한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언어 표현이나 예절 방식, 심지어 식사 예절까지 반복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습관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는 전체에서 출발해 세부로 내려가고, 어떤 문화는 개인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퍼져간다. 어떤 문화는 ‘함께 먹는’ 상황을 먼저 떠올리고, 어떤 문화는 ‘개인의 몫’이 우선이다.

    왜 우리는 큰 틀부터 말하고, 서양은 작은 것부터 시작할까?

    왜 우리는 밥상에 국과 반찬이 여러 개 올라오는 게 익숙하고, 서양은 한 접시 안에 다 담아내는 걸 자연스럽게 여길까?

    표면적인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그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루었는지,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어디에 두었는지와 같은 훨씬 구조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니 이런 문화 차이는 단순히 ‘동양은 공동체 중심, 서양은 개인주의’라는 말로 끝낼 수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왜 그런 공동체 구조가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이다. 바로 그 부분에서 농경과 유목, 기후와 생존 전략 같은 요소들이 깊게 연결된다.


    🌾 농경 vs 🐑 유목, 삶의 방식부터 달랐다

    이 차이의 시작은 ‘어떻게 먹고 살았는가’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기후와 지형 덕분에 벼농사가 일찍 발달했다. 논농사는 혼자 할 수 없다. 물을 함께 대고, 모내기와 수확을 마을 단위로 맞춰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협동, 규율, 질서같은 가치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게 된다.

    반대로 유럽이나 중동 지역은 유목 생활이나 밀 농사가 중심이었다. 밀은 물 관리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혼자서도 경작이 가능했다. 그래서 “내 밭, 내 노동, 내 책임”이라는 식의 개인 단위 사고방식이 훨씬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렇게 보면 주소 순서나 날짜 표기 방식도 납득이 된다. 동양은 ‘전체 속의 나’라는 사고방식이 강하니 큰 틀(연도, 시/도)을 먼저 말하고, 서양은 ‘나 중심’ 사고방식이라 내가 사는 집 주소부터 시작하는 게 자연스러운 구조다.


    🥢 밥과 빵, 식습관의 차이도 거기서 나왔다

    먹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쌀은 영양소가 비교적 고르게 들어 있다. 복합 탄수화물일 뿐 아니라,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도 일정 부분 갖추고 있어서, 반찬이 소박해도 어느 정도 영양이 채워지는 식재료다.

    그래서 과거 농촌 시절에도, 쌀밥에 된장국만 있어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가능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반면 밀은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단백질이 부족하다. 그래서 고기나 치즈처럼 단백질을 따로 보완해주는 식재료가 함께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한 접시 안에 주재료와 보조재료가 함께 나오는 구조가 서양식 식사의 기본이 됐다.

    그리고 이 식사 구조는 '같이 나눠 먹는 문화' vs '각자의 접시 문화'로 이어지게 된다. 공동체 중심이냐, 개인 중심이냐의 문화가 식탁 위에서도 보이는 셈이다.


    🌦️ 기후가 만든 삶의 리듬

    기후는 단지 옷차림이나 음식 재료를 결정하는 정도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활 패턴과 사회 시스템,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주는 조건이었다.

    동아시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지역이 많았다. 그래서 벼농사 같은 물 중심의 집단 농경이 가능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선 마을 단위의 협력이 필수였고,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려면 마을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했다.

    반면 유럽이나 중동은 상대적으로 건조하거나 한랭한 지역이 많았고, 비가 불규칙하거나 땅이 척박해 밀 농사나 목축 위주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 단위의 경작이 중심이었고, 계절의 흐름보다 비가 오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였다.

    결국, 기후는 단지 풍경만 바꾼 게 아니라,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방식을 바꿨고, 그 방식이 수천 년에 걸쳐 문화와 언어, 관계 방식까지 바꾸어놓은 것이다.


    🌍 문화를 이해하려면, 생존 방식을 먼저 봐야 한다

    날짜, 주소, 식사 방식처럼 사소해 보이는 차이도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환경과 생존 방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그 환경이 사회 구조를 만들고, 사회 구조가 언어와 예절, 관계방식까지 결정하게 된다.

    영어를 배우다 보면, 단어보다 더 낯선 건 그들의 생각방식이다. 그게 왜 그렇게 굳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단어장보다 지도를 먼저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선은 타문화를 이해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 우리가 왜 지금 이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 그게 결국 우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 세계를 이해하려면, 우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번역만으로는 다가갈 수 없다. 영어 표현 하나하나에 깔린 문화적 맥락과 사고방식은, 그 사회가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모르면 어딘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걸 억지로 외우기보다는, ‘왜 저렇게 말하는가?’를 이해하는 게 훨씬 강력한 접근이다.

    예를 들어, why don’t we~? 같은 권유형 표현이 처음에는 ‘왜 안 해?’로 들려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부드럽고 간접적인 제안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 사회가 직접적인 명령 대신 제안의 문화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는 단어보다 넓고, 문법보다 깊다. 그래서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 사회의 생활방식, 환경,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바라봐야 이해가 닿는다.

    그리고 그건 단지 영어를 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사람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내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리고 남들은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세계와 나를 동시에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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