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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붕당정치로 보는 대선이후Insight 2025. 6. 11. 16:41반응형
총선과 대선 모두 압승했다. 대통령, 여당, 국회를 모두 한 손에 쥔 정당. 민주당은 축배를 들고 있고, 국민의힘은 깊은 좌절에 빠졌다. 그러나 정치에서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오히려 분열은 안쪽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적이 외부에 있을 땐 서로가 단결하지만, 그 적이 사라지면 내부의 틈이 다시 드러난다. 지금 민주당이 딱 그 구도다. 눈에 띄는 적이 사라졌다면, 다음 균열은 내부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권력을 향한 싸움이고, 임기는 유한하다. 지금처럼 친이재명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미 물밑에선 ‘그 다음’을 준비하는 세력들이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의 권위가 공고할수록, 그 이후를 노리는 움직임은 더 교묘해진다. 단일대오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조용하지 않다. 오히려 모든 힘이 한곳으로 모였기에 더 조심스럽게 흔들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눠질까. 이 질문이 앞으로 몇 년간 정치의 핵심이다.
당 내부는 조용하지만,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이재명 체제는 단단해 보이지만, 임기는 5년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다음을 생각한다. 지금은 복종의 형식이 지배하지만, 그건 체제가 안정해서가 아니라 아직 움직일 타이밍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를 조용히 비축하고 있는 비이재명계 정치인들, 정책 노선을 달리하는 중도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신진 인물들까지, 모두 차기를 향해 준비하고 있다.
힘이 커지면 평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쉽게 갈라진다. 강력한 중심이 생기면, 주변은 밀려나기 마련이다. 당은 크고, 사람은 많다. 그중 누군가는 중심의 바깥에 서게 된다. 충성으로 포장된 침묵이 늘어날수록, 내부 권력은 조용히 재편된다. 침묵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다. 체제 내부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은 언젠가 하나로 뭉친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그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
조선 붕당정치와 다를 게 없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조선 후기에 반복해서 증명됐다. 초기엔 개혁과 수성의 명분이 싸움의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 쟁탈이 본질로 드러났다. 외척, 후계, 군주 충성 여부 같은 표면적 이유는 구실에 불과했고, 결국은 권력 그 자체가 싸움의 목적이었다. 지금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외부의 위협이 없으면 안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구조는 반복된다.
시기 정치 세력 분열 원인 중종~명종 훈구 vs 사림 기득권과 개혁 세력의 충돌 선조 동인 vs 서인 인사 문제와 정여립 사건 광해군 북인 vs 남인 군주 지지 여부 숙종~영조 노론 vs 소론 왕위 계승과 외척 견제 당시 정치의 본질은 붕당이었다. 지금 정당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표현 방식만 달라졌을 뿐, 내부 균열의 구조는 똑같다. 권력의 공백이 아니라 권력의 과잉이 분열을 만든다. 힘이 많을수록 쪼개질 틈도 커진다.
권력 집중의 끝은 언제나 분열이거나 몰락이다
프랑스 사회당은 한때 유럽 좌파의 중심이었다. 미테랑의 장기 집권 이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했지만, 2000년대 들어선 선거마다 패배하며 당의 균열이 본격화됐다. 녹색당·급진좌파 등으로 지지층이 흩어졌고, 좌파 전체가 흡수되지 못한 채 사분오열됐다. 결과는 몰락이었다. 더 이상 프랑스 정치의 중심에 있지 않다.
중국 공산당의 경우는 다르다. 시진핑 체제가 강화되면서 공청단과 태자당의 보이지 않는 충돌이 계속되어 왔다. 겉보기에는 단일대오처럼 움직이지만, 내부 인사 배제, 충성도 논란, 노선 정리 과정에서 균열은 반복된다. 단지 체제 자체가 폐쇄적이라 그 균열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거기엔 경쟁이 없고, 분열을 드러낼 공간도 없다.
일본 자민당은 아예 공식적으로 파벌 정치가 제도화된 경우다. 외부 야당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리 선출은 사실상 당내 총재 경선이 전부다. 그래서 자민당 안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파벌 간 권력 다툼이 곧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 외부 경쟁자가 없을수록 내부 경쟁이 격해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중요한 건 이 구조다. 독재는 분열되지 않는다.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에르도안의 터키처럼 체제가 권력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면, 분열은 억제된다. 반면, 민주주의 정당 체제에서 외부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은 더 불안정하다. 견제가 사라지면 그 긴장을 내부가 감당해야 한다. 권력이 모이면 당장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내부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분열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때로 권력은 무너지는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그것은 조직이 무능하거나 부패했을 때다. 정당이 실패하는 경우는 보통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내부에서 갈라지거나, 하나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건 그 둘 모두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열이든 몰락이든, 그것이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변화의 흐름을 조율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권력
지금은 친이재명계가 민주당 권력의 중심이다. 하지만 다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구조는 흔들린다. 정치에서 권력은 절대 고정되지 않는다. 이재명이 중심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선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목표가 현실이 된 순간부터, 이 체제는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결국 대통령직에서 끝난다. 더 나아갈 자리가 없다. 임기라는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이상, 중심은 언젠가 무너진다. 친이재명계 역시 그와 함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중심으로 세워졌던 구조는, 그 중심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해체의 길을 걷는다.
비이재명계 중에서, 체제에 순응하지 않거나 밀려난 이들이 하나둘씩 뭉치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엔 분노, 나중엔 계산. 중심에서 배제된 정치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대한다. 그 안에서 한 명의 인물이 부각되고, 상징성을 갖게 되면 세력화는 급속히 진행된다. 그 흐름은 지금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고 있다.
그 흐름이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민주당 전체를 위한 리셋으로 작동하길 바란다.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정치는 항상 내부에서 무너진다. 외부 적이 사라지면, 내부에서 적을 만든다. 지금 민주당은 외부의 위협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렇다면 다음 싸움은 안에서 벌어진다. 다음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내부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권은 유지될 수 있어도 당은 분열될 수 있다. 이재명 이후를 둘러싼 내부 경쟁은 앞으로의 민주당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갈등은 피할 수 없다면, 어느 선에서 조절하느냐가 생존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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