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직장만 있고, 사업은 없는 나라
    Insight 2025. 6. 16. 22:31
    반응형

    자영업 마저 프렌차이즈인 한국

    한국 거리를 걸어보면 프랜차이즈, 편의점, 치킨집, 카페가 줄지어 있다.
    모두 자영업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검증된 모델'을 따라간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이나 스타트업의 비중이 꽤 낮은 것 같다.
    실제로 통계를 본 건 아니지만, 주변을 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누군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카페를 차리거나 치킨집을 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이미 '기업화'된 형태다.

     

    동네 장사, 대물림 가게, 자기 색깔 있는 작은 상점은 많지 않다. 반면 어디를 가도 똑같은 브랜드 간판이 눈에 띈다. 이걸 보면, 어쩌면 자영업조차 ‘기업의 하위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일본이나 유럽 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 나라엔 지역에 뿌리내린 가게들, 자기 색깔 있는 작은 상점이 많았다.
    그와 비교하면, 우리는 정돈되고 효율적이지만, 너무 똑같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을 가는 이유도 비슷하다. 무언가를 심화해서 배우고 싶다기보단, 이력서에 쓸 줄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
    좋은 직장, 좋은 직함, 안정적인 연봉을 위해서다.

     

    어쩌면 그 이유는 우리가 '정답이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틀에서 벗어나면 실패로 간주되고, 정해진 길만 안전하다고 믿는 사회. 그래서 자영업도, 스타트업도, 창업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답’을 향한 사회, 연공서열을 낳다

    우리는 너무 일찍부터 ‘정답’에 익숙해진다. 학교에선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고, 질문보다 답을 외우는 연습을 반복한다. 평가 기준도 마찬가지다. 정답을 얼마나 빠르게 도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문화는 회사의 위계 구조로 이어진다. 연차가 쌓이면 직급이 오르고, 그에 따라 존댓말/반말이 정해지는 문화. 창의성보다 충성심, 아이디어보다 복종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보다 누가 윗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보다, 분위기를 먼저 살피게 된다.

     

    나는 한때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조급함이었다.

    “나는 퇴사했는데, 내 동기들은 지금 과장을 달았겠지.”
    “내가 창업해서 이만큼 번다고 해도, 직장인 연봉엔 못 미치는 거 아냐?”

     

    이런 비교는 결국 연공서열 구조와 정답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20대에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20대 후반에 취업을 하고, 30대엔 결혼을 하고 자식이 있어야하고, 50대엔 자식이 대학을 가야하고,  죽을때까지 정해져 있는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여겨진다.

     

    정해진 시간표가 없는 사회, 자기 속도로 사는 사람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머물던 때가 생각난다. 거기서 만난 유럽 친구, 미국 친구들 중엔 30대 초반에 워홀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고, 2~3년째 계속 현지에 머무르며 일하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 나이에 이래도 되나?’ 하는 고민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내가 어떤 경험을 더 쌓고 싶은지”, “지금 이 삶이 나에게 의미 있는지”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돌아가서 취업이 늦어질까, 스펙이 밀릴까 하는 생각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달랐다. 졸업이 늦어지면 불리하지 않을까? 2년 더 머물면 취업에서 밀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단순히 내 개인적 불안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가 그렇게 훈련시켜온 결과였던 것 같다.

    외국 친구들은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 어떤 나이에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런 기준은 사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그들은 늦어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기 속도로 커리어를 쌓아간다.

    그런 태도는 결국 마음의 여유와,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토양이 된다.

    한국처럼 ‘정해진 루트’에서 벗어나면 늦었다고 말하는 사회에선 결국 선택의 폭 자체가 줄어들고, '틀려도 되는 자유'마저 사라지게 된다.

     

    정답보다 ‘과정’을 평가하는 사회로

     결국 해답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서 말했듯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소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인간'을 길러내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법만 익히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 틀렸다고 지적하기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해주는 문화가 교육 현장에 스며들어야 한다.

    예컨대 수학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정답만 중요한 게 아니라 풀이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객관식보다는 주관식과 서술형을 더 많이 도입하고, 학생의 생각을 묻고 듣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문과 통합, 기초과학 약화, 인문학의 몰락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대학조차 실용적인 학과 위주로 재편되면서, '왜'를 묻는 학문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명문대들은 다르다. 과거 졸업생들이 인문학과 기초과학 학과명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기초 학문이 단단해야, 공학이든 경영학이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배경에 있다.

    이런 토양이야말로 스티브 잡스가 자라나고, 갈릴레오가 등장하고, 수많은 창업자와 자영업자가 자유롭게 도전하는 사회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우리는 대기업 몇 곳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결국 '교육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이건 자영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회사에서도 스스로 성과를 내는 인재가 점점 드물어진다. 지시받은 일은 빠르고 정확히 수행하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먼저 시작하는 사람은 사라진다.

    정답 중심의 사회는 창의성도, 자율성도 억제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답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질문하고, 제안하고, 실패할 자유가 있는 사회, 그런 다양성이 허용되는 토양에서야 스티브 잡스도, 노벨상 수상자도, 창업자도 나올 수 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