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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이 망한 이유, 일본만 욕해서 끝낼 일인가
    기타이슈 2025. 3. 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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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왜 무너졌는가 – 피해자 프레임을 넘어서

    1. 피해자 서사, 반복될수록 질문은 사라진다

    우리는 종종 한국 근대사를 이야기하면서 ‘일제의 침략’을 중심에 둔다. 그 서사 속에서 우리는 늘 피해자의 자리에 있다. 그리고 너무 쉽게 말한다. “우리는 힘없는 피해자였다.”

    이 말은 반복될수록 위로가 되지만, 동시에 질문을 지우기도 한다. 정말 우리는 그렇게 무력하고 순진한 존재였을까?

    틀린 말은 아니다. 일본은 침략했고, 수탈했고, 문화를 억압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우리는 아무 책임 없이 무너진 걸까?

    역사는 언제나 다층적이다. 단 하나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진실은 흐려진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스스로의 무너짐을 자초했는지 되물어야 한다.

    조선 사신단과 일본 장교 삽화

    2. 내부 모순은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됐다

    조선의 멸망은 하루아침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누적된 내부 모순이 임계점을 넘은 결과였다. 무능한 정치, 변화에 대한 두려움, 기득권의 완고함은 조선을 점점 안으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화파의 좌절이다. 김옥균, 박영효는 조선을 개혁하려 했다. 하지만 조선은 그들을 역적으로 몰았고, 제거했다. 변화를 시도한 손을 내부가 먼저 꺾어버렸다.

    그 결과 우리는 변화의 타이밍을 놓쳤고, 그 대가를 식민지라는 형태로 치르게 됐다.

    3. 위기의 리더십, 고립된 민중

    고종은?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다. 위기 속에서 리더는 백성 곁을 지키지 않았다.

    의병은 싸웠지만, 국가는 침묵했다. 민중은 고립됐고, 개혁은 정체됐다. 지배층과 민중의 분열은 국가의 기반을 약화시켰고, 외세는 그 틈을 노렸다.

    양반층은 서양 문물을 ‘오랑캐의 것’이라며 배척했고, 군제 개편, 교육 개혁도 지지부진했다. 반면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국가 시스템을 빠르게 개편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술을 거부했고, 그들은 기술로 무장했다.

    지도 중심의 조선-서양-일본 삼각 시선도

    4. 피해자 프레임은 왜 굳어졌는가?

    첫째, 단순하고 강력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일본 = 악당, 조선 = 피해자’라는 구도는 스토리텔링이 쉽고 감정적 호소도 간편하다.

    둘째, 해방 이후의 정치 구조 때문이다. 친일파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방 후 정치·관료계에 복귀한 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우리는 피해자였다’는 프레임은 자기 책임을 흐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서사였다. 그래야 자신들의 과거와 타협할 수 있었고, 정당성도 유지할 수 있었다.

    5. 질문이 사라진 자리를 국뽕이 채운다

    그렇게 역사 속 불편한 질문들은 사라졌다.
    왜 변화에 실패했는가? 왜 백성을 지키지 못했는가? 왜 내부가 먼저 썩었는가?

    이 질문들은 점점 더 ‘불필요한 이야기’가 되었고, ‘국뽕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체해버렸다.

    6. 구조는 반복된다, 반성 없으면 더 빠르게

    개화파의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다. 조선이 변화를 어떻게 다뤘는지 보여주는 구조의 상징이다.

    안정을 빌미로 새로운 질서를 밀어내는 구조, 그건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으면, 구조는 살아남는다.

    우리는 '오랑캐'라며 거부했던 문물에 결국 무릎 꿇었고, 변화를 두려워한 그때의 선택이 나라 전체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진보는 불편하다. 조선은 그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했다.

    반성없는 역사

    7. 기억과 지움은 정치다

    역사는 단지 “무슨 일이 있었다”는 나열이 아니다. 우리는 그때 왜 그렇게 했는가?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걸 묻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지우는가는 결국 오늘의 정치와 연결된다.

    친일 청산 실패처럼, 책임 회피의 구조가 지금도 유령처럼 떠돈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지금을 바꿀 수 있다.

    역사는 과거를 말하지만, 실은 현재의 거울이기도 하다.

    8. 결론: 우리는 왜 당했는가?

    일본은 잘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아무 책임도 없었는가?

    기회를 줬지만 외면했고, 변화를 예감했지만 두려워했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버렸다. 그게 조선의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우리는 당했다’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우리는 왜 당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은 불편할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 진짜 역사가 시작된다.

    진짜 역사는 남 탓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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